소녀전선 거울단계
스크린에 띄울게요.
메시지는 어떤 녹화 영상이었다.
영상에선 하얀 옷을 입은 소녀가, 쑥스러워하며 렌즈 앞에 섰다.

“⋯ 반가워요, 저는 마흐리안이라고 해요.”

카메라 앞에 선 것이 긴장됐는지, 소녀는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말을 계속했다.

“그리폰의 여러분과 이렇게 인사하게 되어, 대단히 기쁩니다. 아직 정식으로 만나지는 않았지만, 가까운 미래의 어느날 직접 만나게 될 거라고 믿어요.”

뭔가 떠올랐는지, 소녀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사실⋯ 전 '미래'란 단어를 말하기가 무서워요. 왠지 제 미래엔 나쁜 일들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어쩌면 머지않아 여러분과 만날 수 있다 생각하니, 미래가 마냥 싫지만은 않게 됐어요.”

말을 잇는 소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어쩌면, 여러분은 이런 제 심정을 이해하기 힘들겠죠. 하지만 제겐 정말로 큰 의미가 있어요. 감사합니다, 그리폰의 여러분. 제게 미래를 기대할 이유를 주셔서. 금방 여러분과 만나기를 기원할게요.”

소녀는 생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영상 종료.
훈련장의 스크린 화면은, 여전히 재생이 끝난 영상의 소녀가 부드러운 미소로 손을 흔드는 순간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소녀전선 〈마흐리안〉
오랜만에 만난 본 마을의 소녀가 생생한 모습으로 눈앞에 서 있다. 마치 떠난 적이 없었던 것처럼.
소녀전선 나비 성운
벨루가
사람과 환경이 변해도, 인연은 변하지 않으니까.
소녀전선 나비 성운
안젤리아
배신하고 이용해 먹는 게 다크존의 방식이란 건 부정 않겠어. 그래도 동료와 함께하는 게 혼자보단 나아.
소녀전선
여기는 안젤리아.
만약 이 자동 회신 메일을 받았다면 내가 너의 메일을 받았다는 뜻이야. 여유가 생기면 회신할게.
만약 계속 회신이 없다면 본인이 제시한 금액이 터무니없진 않은지, 의뢰 내용이 황당하진 않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해.
둘 다 아니라면 내가 아직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거니까 얌전히 기다려.
어차피 너의 기나긴 인생 중에서 며칠 기다리는 것뿐이잖아.
소녀전선 고정점
안젤리아
⋯ 그럴 줄 알았어. 역시 너랑 난 둘도 없는 전우라니까, 지휘관.
소녀전선 〈이름 없는 자〉
그녀는 영웅의 칭호를 바라지 않으며 누가 기념비를 세워주길 바라지도 않는다.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이 얼굴 뒤에는 이름 없는 영혼이 뜨겁게 타오른다⋯.
만약 본인이 본다면 산산조각을 내겠지.
소녀전선 영전하
엠블라
멈추어라, 너는 그토록 아름다우니!
*《파우스트》 인용
소녀전선 영전하
엠블라
라플라스는 과거, 안젤리아에게 이런 질문을 했어요⋯. '삶이 결국 덧없을 운명이라면, 몸부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안젤리아가, 뭐라 대답했을 거 같아요?
AK-12
그딴 질문에 대답을 왜 해. 그녀의 존재 자체가 답인데.
소녀전선 영전하
AK-12
하지만 넌 쇼를 배신했어. 더는 순수한 기계가 아니야.
엠블라
하지만⋯ 그녀와 같은 인간이 되었죠. '나쟈'보다⋯ 'RPK-16'보다⋯ '판도라'보다⋯ 제가 직접 지은 이름, '엠블라'가 더 좋아요⋯.
AK-12
말해, 안젤리아가 죽을 때 넌 무슨 생각을 했어?
엠블라
'말해 달라'⋯? 하하하, 만약 제가 아직도 인형이었다면, 얼마든지 제 마인드맵과 기억을 해킹해 볼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이제 저는 그 비밀을 영원히 숨길 수 있어요⋯.
스포일러
소녀전선 영전하
엠블라
자기소개를 할게요, 저는 신소련의 특수요원 안젤리아입니다. 동시에 서맨사 쇼 박사가 개발한 전술인형 RPK-16이죠. 하지만 지금 저는 스스로에게 엠블라 페트로프스카야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지금 새롭게 다시 태어났으니까. 동시에, 영원한 생명을 얻었으니까. 저는 이제 변치 않는 얼굴을 가졌고, 평범한 인간보다 월등한 신체 능력을 가졌고, 영원히 젊은 심장을 가졌답니다.
엠블라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였다. 몸이 이미 피투성이인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로 얼룩졌는데도 불구하고.
엠블라
제가 이 모습을 가지게 해 준 기술⋯ 그것은, 유적으로부터 비롯된 기술이에요. 이것이 바로 기적이죠. 저는 쇼를 죽였습니다. 안젤리아도 제가 죽였죠. 왜냐하면, 그 둘은 이렇게나 위대한 기술이 세상에 드러나는 걸 막으려고 했으니까요. 그들은 유적이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임을 알았으니까. 인간을 타락으로 이끄는 원죄, '판도라'임을.
스포일러
소녀전선 영전하
RPK-16
저도 단어가 뭔지는 몰라요, 그냥 AK-15의 마인드맵에서 랜덤으로 두 개 뽑았어요. 우리 중에서 마인드맵 용량이 가장 작잖아요.
소녀전선 오귀인의 샘물
엘마
나는 내가 좋으니까. 언제나 가장 솔직한 나인 채로 있고 싶어.
하지만 인간은 싫어. 인간 따위 되지 않을 테야.
나는 마지막으로 뭐라 해야 할까? 엄마처럼? ⋯ 아니, 난 누구한테 미안하다 안 할래. 엘마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귀여운 인형이니까.
엘마
그러니까⋯ 엘마는, 인간이 되지 않겠어.
소녀전선 오귀인의 샘물
엘마
나는 지금까지 혼자 떠돌아다니는 게 가장 끔찍한 일이라 생각했어. 그런데 이제 보니까 그게 아니었어. 가장 끔찍한 건 내가 불러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거였어.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고 있다면 내가 견디는 것들도 그렇게 끔찍하진 않은 것 같아⋯.
소녀전선 만성쇼크
안나 빅토로브나 최
선생님이 전에 나한테, '삶이 결국 덧없을 운명이라면, 몸부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물었어.
엘리아나
그 대답은?
안나 빅토로브나 최
나는 내 평생을 다해 그 질문에 답할 거야.
엘리아나
⋯ 너는 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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