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전선

거울단계
#소녀전선
스크린에 띄울게요.
메시지는 어떤 녹화 영상이었다.
영상에선 하얀 옷을 입은 소녀가, 쑥스러워하며 렌즈 앞에 섰다.

“⋯ 반가워요, 저는 마흐리안이라고 해요.”

카메라 앞에 선 것이 긴장됐는지, 소녀는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말을 계속했다.

“그리폰의 여러분과 이렇게 인사하게 되어, 대단히 기쁩니다. 아직 정식으로 만나지는 않았지만, 가까운 미래의 어느날 직접 만나게 될 거라고 믿어요.”

뭔가 떠올랐는지, 소녀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사실⋯ 전 '미래'란 단어를 말하기가 무서워요. 왠지 제 미래엔 나쁜 일들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어쩌면 머지않아 여러분과 만날 수 있다 생각하니, 미래가 마냥 싫지만은 않게 됐어요.”

말을 잇는 소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어쩌면, 여러분은 이런 제 심정을 이해하기 힘들겠죠. 하지만 제겐 정말로 큰 의미가 있어요. 감사합니다, 그리폰의 여러분. 제게 미래를 기대할 이유를 주셔서. 금방 여러분과 만나기를 기원할게요.”

소녀는 생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영상 종료.
훈련장의 스크린 화면은, 여전히 재생이 끝난 영상의 소녀가 부드러운 미소로 손을 흔드는 순간으로 고정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