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어바흐는 1초도 망설이지 않는다. 「네. 수락합니다.」
나는 멈칫한다. 「내 영혼을 백만 유로에 쳐주겠다고요?」
「네. 안 될 이유가 있나요?」
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
내 영혼은 안 팔아요. 결단코!
거액의 자산을 가진 중년의 사업가인 아우어바흐가 찾아와 마치 사업 파트너에게 거래를 제안하듯 야콥에게 영혼 계약을 제안한다. 그러나 영혼을 팔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야콥에게 자칭 악마는 이런저런 음흉한 수작을 부리지만 야콥은 아무리 달콤한 제안을 받아도 아우어바흐를 중증 정신병자쯤으로 여길 뿐이다. 어떻게든 거래를 성사시켜 영혼을 팔게 하려는 ‘악마’ 덕분에 바람 잘 날 없는 야콥의 인생은 점점 더 복잡하게 꼬여 가기 시작하는데…….
그래서 하늘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인간은 기도를 하려고 두 손을 모은 동안에만 죄를 지을 수 없을 거라고. 나는 거기다 덧붙이고 싶어요. 하지만 어쩌랴, 인간은 점점 기도를 하지 않는걸!
봉투 위의 글자를 보는 순간 나는 혈관 속의 피가 얼어붙는 느낌이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있다. 〈아벨 바우만이 야콥 야코비에게.〉
「카드 잘 받았네. 자네도 메리 크리스마스!」 내가 말한다. 「진작 자네라고 솔직하게 말해주지 그랬어?」
「사실 아주 간단한 이야기야. 내가 인간의 시야를 넓혀주는 것만큼 악마는 인간의 시야를 좁힐 수 있어. 어떤 식으로 시야를 좁히느냐 하면 말이야, 인간의 눈에다 일종의 차안대 같은 걸 씌우지. 그래야 삶의 길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온갖 위험에 대한 불안을 없앨 수 있다고 달콤하게 속삭이면서 말이야. 하지만 실제로 불안을 야기하는 건 바로 그 차안대야. 그런데도 인간들은 대부분 그걸 깨닫지 못해. 심지어 시간이 가면서 길 양편에 마귀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믿게 돼. 그래서 그걸 보지 않으려고 자기 시야를 점점 더 좁혀 주기를 열렬히 소망해. 하지만 진실로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은 딱 하나야. 차안대를 벗어 던지고 하늘과 자기 자신을 믿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