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리고 나는 이 작품을 쓰면서 승부에 대한 작은 깨달음 셋을 확인했다. 첫째는 목숨을 아까워해서는 승자가 될 수 없다는 깨달음. 둘째는 대개의 승부에 있어서 승자와 패배자는 미리 정해져 있다는 깨달음.
 셋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패배자가 예정된 승자를 이길 수도 있다는 깨달음이다. 개가 호랑이를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정글의 법칙이지만 인간들의 승부는 때때로 법칙의 저 너머에서 허허롭게 결판이 난다. 어떤 지고지순한 염력(念力)에 의하여, 기술과 장비와 전술이 아닌 어떤 순정적인 깃발, 학연도 지연도 혈연도 아닌 세상의 어느 소금보다 진한 아다다의 사랑에 의하여.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큰 승부는 아주 뜨거운 올인 작전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
에필로그─승부에 대한 깨달음
올인
내 전부를 건다
온몸의 세포가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그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빈사 상태이던 정열이, 희망이 강렬하게 용솟음치면서 살아나고 있었다. 과거의 어느 때보다도 더 간절하고 더 뜨겁게 그는 승부를 갈망했다.
마악 동양기원의 문을 밀고 들어서던 민수는 갑자기 머리를 후려치는 생각에 소스라쳤다. 명주와 자신이 공유했던 그때의 감정, 바로 그것이 포커를 하면서 맛보았던 그 느낌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게 사랑이란 것일까? 아니면 욕망?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그는 마치 사무치게 그리워했던 이를 만나러 오는 것처럼 마구 가슴이 뛰었다.
온몸의 세포가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그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빈사 상태이던 정열이, 희망이 강렬하게 용솟음치면서 살아나고 있었다. 과거의 어느 때보다도 더 간절하고 더 뜨겁게 그는 승부를 갈망했다.
민수가 부잣집 막내로 태어나 겁없는 아이로 자라 일찍 연애하고 일찍 결혼하고 일찍 세계 랭킹 1위의 포커쟁이가 되었다면, 그는 그저 행운이 따라다니는 행복한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저 바닥 중의 바닥, 엠덴 해구에 처박혔다가도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 사람이다. 그 바닥에서 다시 떠올라 천공까지 솟구친 불사조인 것이다.
그러나 그는 타고난 승부사였다. 게임을 통해서만 살아 있음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는 더이상 자신의 재능과 욕망을 숨길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운명을 피하고 싶지 않았다.
일본의 기자들 앞에서는 15년 동안 바둑을 잊고 지냈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차민수 특유의 쇼맨십이었다. 바둑을 자주 두지는 못해도 나성기원에서 심심찮게 바둑돌을 만졌으며 비행기를 타기만 하면 일본이나 한국의 바둑 월간지를 꼭 펴들었다. 그게 뭐, 일본의 9단들을 꺾기 위한 훈련은 아니었다. 그저 하나의 노스탤지어였을 것이다. 고향 소식을 듣고 싶어하는 심사였을 것이다.